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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마와 어머니/ 신지혜2019-07-14 21: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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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어머니 /  신지혜


장마와 어머니 여러갈래의 몸으로 서있다 어머니 잿빛 치마폭같은 바람속, 줄무늬눈물 서있다 때로 어머니 구멍난 가슴 열쇠처럼 햇살 꽂힐 때까지, 어머니 주룩 주룩 무너진다 세상을 덮는 비애 의 조각 조각 꿰매진 일명 퀼트, 바느질 가게에도 빗줄기 여 윈 다리를 꺾어 문턱을 넘는다 어둠이 딱딱하여 부술 수 없 는 밤에는 어머니, 낡은 상처 한 장씩 꺼내 안감과 속감 두 텁게 누비며 탈주의 길을 만든다 길 안과 밖, 무겁고 은밀한 기억까지 저 아득한 하늘 어떻게 다 가둘 수 있을까 이불 위로 삐뚤 삐뚤 절망의 실이 풀린다 저잣거리 잡상인으로 머리칼 다 빠 지도록, 생목숨 둥글려 만든 똬리위에 무거운 근심을 얹고 또 그위에 허공을 얹고 어머니, 허리춤에 매달린 전대속에서 묵 직한 어둠이 절랑거리고 허기처럼 솥뚜껑을 두들기는 한여름 기인 장마, 生의 장작불이 생각의 조각조각을 태워버리면 빗 속에 흩어지는 風磬소리처럼 번져가는 물방울의 시간 어머니 각진 시간들 모아 모서리를 가지런히 늘어 놓는다 싯푸른 강 하나 바늘 귀를 통과한다 어머니 발자국 지워가는 물줄기, 낡은 지붕 처마끝에 매달려 환히 빛나는 수 천의 몸들. 은뿌리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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