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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물방울 판타지/신지혜.....................『현대시학』2009년 11월호2019-07-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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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7 06:22 | HIT : 4,126

 

물방울 판타지


신지혜



삼복더위 여름날, 시원한 물 한대접 받는다

수 천 물방울 차곡차곡 담긴 물이 틈새 없이 빛난다

촘촘히 짜여진 물의 교직,

서로의 몸 밀착되어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이구나

준 것도 받은 것도 보이지 않는구나

사랑과 증오가 오간 흔적도 없구나

까마득하니, 온 길 간 길 다 한통속으로 뻥 뚫렸구나

네가 앉았던 자리 내가 누웠던 자리 없이 한 자리 되고,

어떤 것은 엎어져 떠받치고 어떤 것은 누워서 떠받치고

어떤 것은 꼿꼿이 마주보며 서로 떠받치고 있다




어떤 놈도 물의 얼굴이라 부를 수 없고 體라 부를 수 없다

서로 섞이고 나투고 돌아가며 높이 올라간 파도도

다시 한 일자 수평으로 일순 고요해지는 다 함께 숨쉬는 법 안다




물 한 대접 속, 물의 수면 오래 들여다보는데

틈새 없는 저 물방울들 서릿발 번뜩인다




넌 무얼 떠받치느냐고

단 한번도 네가 너 아닌 적 있느냐고

너 허물고 물 되어 이리저리 흘러본 적 있느냐고




저 물방울들 속엔

시시때때로 내가 있다고 우격다짐 내세우던

내 부끄러운 주장자가 간 곳이 없다






『현대시학』200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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