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달인
신지혜
웃음을 제대로 배운 적 있는가 웃음의 달인은 함부로 웃지 않는다 다양한 웃음의 목록들, 하지만 달인의 웃음은 뒤로 목을 젖히고 활짝 핀 나팔꽃 꽃 모양이어야 한다 웃음은 지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꽃이기 때문이다 목젖 환히 꽃술처럼 드러내고 소리 또한 거짓없이 맑고 티 없어야 한다
고정된 웃음에는 웃음의 미학이 없다 비애와 비웃음의 찌꺼기가 스며있는 것은 양질의 웃음이라 할 수 없다 웃음의 도를 알아야 비로소 제대로 휴식을 안다고 논할 수 있다
웃음의 진원지에서 웃음의 파문이 번진다 온몸이 물풀처럼 흔들린다 웃음 뒤에는 늘 진동과 여진이 남는다 큰 웃음의 해일은 토네이도처럼 강력하여 오래 묵은 절망마저 굴복시킨다
웃어야 할 때는 거침없이 그 비움의 몫 다하여 아무것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먼지 한 톨마저도 털어 버리듯이, 한 번 웃음에 두 번 다시 뒤돌아보는 일 없이, 호방하게 터트려 버린다 마치 그 웃음이 당신의 생에 단 한번 인 듯, 당신이 웃었던 웃음들의 마지막 총 결산인 듯이
『시와 시』창간호. 2009년 겨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