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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픽셀의 세계......................................계간『리토피아』 가을호.2019-07-16 20:26
작성자
2010·08·30 19:27 | HIT : 2,931
픽셀의 세계




신지혜





컴퓨터 화면 속
사물들 확대하여 이리저리 잘게 쪼개다보면
최후에 남는 픽셀 하나,
채 어떤 형상이 펼쳐질지 예측 불가한 사각의
빈집 하나만 달랑 남는다
거기서 인류 최초의 기원이 비롯되었을 터,
이 픽셀이 산천을 빚고 꿈틀거리는 물고기 빚고 사람을 빚어
이 가상세계 한판 쩍 벌여놓은 것,


내 모습도 결국
그저 픽셀들의 한 구조물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나마 내 픽셀들마저 모두 삭제해버리면 그때부터
실로 무한 여백의 광활한 대공이 내 눈앞 훤히 펼쳐진다


그러니 어찌 내가 있다 없다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살아도 나는 없으니, 나를 무엇이라 이르겠는가


눈뜨면 이 가시적 세상 속 그저 울고 웃는 시시비비 분별,
선하다 악하다 더럽다 추악하다 가타부타 논설마저
일체 객쩍은
홀로그램 가상세계임을 나 깨닫는다


아무것도 실존하지 않는 묘법세계인 저편에서
이편으로 건너오는 나들목에
오직 최초의 원 픽셀이 나를 디자인하고 현현시켰을 것이다


한낮동안 거푸 픽셀 쌓고 허물다가
디자인아트 소품 하나 탄생시킨다 이 창조물도
저 천의무봉한 그곳에서 원 픽셀씩 뽑아온 것이다







-계간『리토피아』 2010년.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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