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30 08:42 | HIT : 5,872
텅 빈 밥그릇
신지혜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기의, 부음을 들었다
그가 밥그릇 하나를 비웠다 하루 세끼 신성한 의식을 엄숙히 집전하던 그는, 세상 골목을, 지친 그림자 끌고 다니며 머릴 조아렸다 결코 넘치는 법 없던 그의 밥그릇, 따뜻한 밥이 담겨지는 동안은 그래도 늘 행방불명이던 삶이 증명되었다
이제, 식탁 위엔 그의 수저가 없다
그는 지상 최대의 소신공양을 끝내고 자신의 그릇을 온전히 다 비워냈던가
움푹 파인 빈 그릇에 웃자란 적막이 봉분처럼 수북하다
-[현대시학] 2005년 7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