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제목텅 빈 밥그릇 / 신지혜...................................『현대시학』2005년 7월호2019-07-16 18:54
작성자

2009·05·30 08:42 | HIT : 5,872

텅 빈 밥그릇


신지혜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기의, 부음을 들었다


그가
밥그릇 하나를 비웠다
하루 세끼 신성한 의식을 엄숙히 집전하던 그는,
세상 골목을, 지친 그림자 끌고 다니며 머릴 조아렸다
결코 넘치는 법 없던 그의 밥그릇,
따뜻한 밥이 담겨지는 동안은 그래도
늘 행방불명이던 삶이 증명되었다


이제, 식탁 위엔 그의 수저가 없다


그는 지상 최대의 소신공양을 끝내고
자신의 그릇을 온전히 다 비워냈던가


움푹 파인 빈 그릇에
웃자란 적막이 봉분처럼 수북하다




-[현대시학] 2005년 7월호

#신지혜 시인# 텅 빈 밥그릇/ 신지혜# 현대시학# 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