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9 12:38 | HIT : 4,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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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천무 / 신지혜 F.I
밤늦도록 시집을 본다 그가 낳은 말들이 이 어둔 세상 돌아와 칼이 되었다 이제 또 세상 한곳이 소란스러워진다 어떤 말들은 공중 날아 다니고 어떤 말들은 태어나자마자 곧 소멸한다
나는 녹슨 칼을 간다 시퍼런 외로움 숯돌에 스삭스삭 갈아댄다 칼이 다 완성되었다 내가 무심코 흘린 검광에 대기 도포자락 천 조각 만 조각 찢겨져 날렸던가 이것으로, 한밤중 파천무는 막을 올렸다 창 밖을 내다보니, 어둠이파리들 武林秘書의 낱장처럼 칼날에 베여 뿔뿔 흩어진다 오오. 칼바람 부는구나 내가, 이 무림을 떠난 지 어언 누 천년이 흘렀던가, 공중에는, 푸른 별들이 내가 건너다닌 징검돌 처럼 촘촘히 틀어박힌다 칼찬 구름들의 빠른 발바닥들 경공술로 날아간다 무극대력!**내가 허공에 칼을 긋는다 우주 묘혈이 찔렸던가 돌연 캄캄한 심연 한곳이 쩍! 쪼개진다
잘 갈린 시퍼런 칼날 조용히 쓰다듬어보는 검객하나, 새벽 역광에 홀로 비껴 서있다 바람이 외로움 한 자락을 결연히 쓸어 넘긴다
F.O
* 파천무: 정파 상급 무공중의 하나. ** 무극대력: 정파 상급 무공, 검신에 진기를 모아 뿜어내는 검초로, 심법을 검법에 이용한 법.
-현대시학.2006.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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