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제목시체농장/신지혜----------------------. 계간[리토피아] 2006년 봄호2019-07-15 19:29
작성자
2006·10·05 04:59 | HIT : 2,961
시체농장



신지혜


테네시 주,
시체 농장이 있다. 타일러 오브라이언 교수가 설립한
생물인류학과 시체농장엔 임자 없는 시체들
지금 신선한 발효를 꿈꾸고 있다.
어떤 죽음이 더 잘 썩는지
어떻게 살다 죽은 목숨이 더 오래 남아 향기로운지
실험을 위한 연구소가 있다.

뼈와 살 뭉크러져 퇴비를 꿈꾸는 시체,
바오밥 나무 고픈 배 먹여주는 시체,
채마밭 푸성귀로 푸른 척추 꼿꼿이 펴고 싶은 시체,
붉은 수수밭 노을이 되고 싶은 시체,
치솟는 욕구 놓아버리고 되도록 평평해지고픈 시체,
잘 익은 한줌 고요가 되고픈 시체,

타일러 오브라이언 교수는
인간의 창조적 부활에 대해 연구한다.
죽음의 늪에서
얼마나 생명을 풍성하게 재배해야 할지 고찰한다.
우리는 더욱 더 잘 썩는 연습위해
날마다 신성한 식탁앞에서 세 끼 죽음을 뜯어먹고
세포가 쑥쑥 터져오른다 되도록 잘 숙성된
타자의 죽음을 먹고
싱싱하고 탐스러운 꽃과 열매를
폭죽처럼 터트린다.





-계간 [리토피아]2006년.봄호-
#신지혜 시인# 시체농장-신지혜# 리토피아# 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