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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20 20:11 | HIT : 3,8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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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女歌手의 노래 / 신지혜
이제 그 여가수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득한 그곳에서 몸은 버리고 목소리만 젖어왔습니다 얇게 압축된 가벼운 디스크 한 장 속에 눌린 그녀의 목소리엔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운 魔力이 아직 살아있어, 무대랑, 마이크, 물소리 같은 조명과 음향 유적처럼 그대로 보존돼 있는 그 신전, 지금, 어디쯤 존재하는 지 나는 사뭇 궁금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난 너만을, 너만을 원하네 아직도 너에게 넘치는 사랑 부어주려하네 워워워-
노래는 시간의 허방처럼 깊고 흑단의 긴 생머리 찰랑 찰랑이던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윤기로 넘실넘실거렸습니다
나는 좀더 가까이 듣기위해 내 안으로 귀를 말아넣습니다 가는 혈관을 따라 번져가는 힘센 사랑이 내 휴식의 텅 빈 활선을 따라 번져갑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한번 입력된 그녀의 곡조는 지워지지 않은 채 내 구석구석을 돌아 문득문득 찢겨진 내 생각 밖으로 흘러나와 나를 물들이고 나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녀의 회전을 좀처럼 멈출 수 없습니다
[현대시학]2002년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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