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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나는 날았다 / 신지혜----------------. 계간[시인광장]2006년 가을호2019-07-15 19:50
작성자
2006·11·02 09:26 | HIT : 3,369
나는 날았다




신지혜



하늘을 날아가는 게 어찌 새뿐이랴. 나는 날았다.

온몸 피부세포를 프로펠라처럼 가동하며 날았다.

먼지들도 날개를 팽팽히 펼치고 기폭을 갈랐고, 나도

먼지 위에 가끔씩 올라타고 허공을 비행했다.



어찌 하늘 뚫린 곳으로만 날아가랴. 나는 땅속으로

서서히 하강했다. 땅속의 空間을 날았다.

나무도 천잎 모터를 작동시키고 떠올랐다. 바위도

무게를 버리고 천개의 구멍 뚫린 스폰지처럼

둥싯 떠올랐다.


어찌 땅속만 날아가랴. 나는 어느틈엔가 네 속을 날았다.

네 몸의 뼛속 중심을 통과했다.

눈 없고 입 없고 발 없는 몸으로 날았다.

춤추는 무한 광자와 원자의 아버지 어머니 속을 날았다.



나는 바람의 두 귀를 잡고, 내가 방목하는 날개달린 詩처럼

경계없이 훨훨 날았다.




-계간[시인광장]200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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