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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우주 모듬탕이 펄펄 끓는다 / 신지혜----------------계간 [문학과창작] 2017년 겨울호2019-07-16 23:31
작성자
2017·11·07 06:04 | HIT : 2,335


우주 모듬탕이 펄펄 끓는다


신지혜



우주 모듬탕을 끓인다

한 가마솥에 산을 숭숭 썰어넣고
바다를 바가지로 넉넉히 쏟아 붓고 모듬탕 펄펄 끓인다
붉은 것, 푸른 것, 뾰족한 것,
파, 마늘, 깨소금, 후추
온갖 양념 다져 집어넣고
걸죽하게 끓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도 다듬을 필요없이 통째 집어넣고 끓인다
귀하다 천하다 더럽다 깨끗하다도 없이

잘 익고 있느냐, 산천아, 새야 물고기야

한 솥안에서 뭉게뭉게 솟구치는 물질의 냄새
썩은 내 단내 맛없다 맛있다 할 것도 없이
보약이다 독약이다 할 것도 없이 푹 익힌다

인간이란 오만의 뼈도 무명벌레의 슬픔과 한데 뭉크러져 잘 끓고 있다

끓어라!

끓어야만 돌아가는 막무가내 우주 시스템
억겁 이전에도 끓었고 억겁 이후에도 펄펄 끓고 있을 이 가마솥 속에서
미완의 고장 난 퍼포먼스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여긴 오직 끓어야만 살 수 있는 곳이다






계간 『문학과 창작』 2017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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