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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밤 고요가 물현금을 뜯는다 / 인생 한 권 - 신지혜 (문학과창작 2020년 겨울호)2022-03-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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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고요가 몰현금을 뜯는다


                          신지혜


새벽 두시

문득, 너무 조용하다 

소음 뚝, 끊어진 세상은 만질 수 없고 닿을 수 없어 

허우적거릴수록 점점 더 밑으로 빠져드는 황홀한 늪,

 

외로움은 달다 

나 혼자 내게 차 한잔 권한다 

혼자 두런두런 이야기해도 넉넉한 고요가 다 받아 삼킨다 

가장 깊은 음악이 고요임을 나 비로소 안다 


어디선가, 흩날리는 새까만 어둠의 깃털들 

자욱히 소요한다

저 허공의 페스티벌 한 판 비경이 펼쳐진다


한밤 고요가 몰현금을 뜯는다 

무음의 맛이 더 깊고도 달다





인생 한 권


                      신지혜



볕 좋은 가을날

나는 창 앞에 앉아

죽은 이가 남긴 책을 펼치며

그가 어느 한때 남긴 인생 한 권을

읽는다


그가 비틀거리며 걸었던 구불구불한 골목들,

흰 치아가 드러난 환한 웃음소리와 

그가 만났던 선한 사람들,


어두운 밤, 좌절의 신음소리그가 망연자실 쳐다보았을 하늘,그의 뒷굽 헤진 구두와 기름때 묻은 모자,

그의 뇌리 속 환히 켜졌던 분주한 생각들

거두어내도 다시 쌓이는 외로움 포말들


그의 18번 노래가 완전 소거된 

침묵의 두께를 매만지며 

나 마지막 책장을 가만 덮는다


죄송하게도 

부신 햇살아래서 그의 인생 한 권을 

너무 짧은 시간에 다 읽고 말았다





2020년 문학과창작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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