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제목허공을 세우는 바닥- 신지혜 (문학과 창작 2021년 겨울호)2022-03-22 13:54
작성자

허공을 세우는 바닥

 

                                         신지혜


 

개미가 욕조타일 기어오른다

나는 수돗물을 틀어버릴까 하다가

나도 몰래 점점 응원하기에 이른다

그렇지, 그렇지!

더 높이 오를수록 바닥이 캄캄하게 쌓인다

 

마침내 그가 천장 모서리까지 올라가

천야만야 바닥의 깊이를 내려다본다

 

저 깊은 바닥들 사이 허공이 꽉 끼여있다

, 바닥이 있어야 허공이 있는 법,

바닥들이 허공 세우는 구나

 

개미가 더 이상 오를 곳 없자

이번에는 천장을 거꾸로 매달려 기어간다

개미에겐 천장이 곧 바닥이다

개미가 떨어뜨린 허공에 내가 산다

내가 그의 허공에 하느님처럼 둥 떠있다

바닥이 바닥을 굴리는 구나

바닥이 돌고 도는 구나

바닥이 마주보며 돌고 있구나

 

저 무한 허공도 힘센 우주의 바닥이었구나




문학과창작 2021년 겨울호-

#신지혜 시인#문학과 창작#허공을 세우는 바닥#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