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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나를 찾습니다 / 신지혜 ----------[문학과창작]2019 겨울호.2019-12-0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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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습니다




신지혜


 

나는 나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얼굴은 우주만해서 눈 코 입이 만져지지 않고요 비출만한 거울이 이 세상엔 없는 지라 아직 한번도 본 적 없고요 목소리는 적막너머 있어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고요 온기 있는 손이라도 잡아보려면 세상 천지에 그렇게 내민 손이 없더군요 누가 이렇게 크고 깊고 넓고 모호한 존재를 본 적 있나요 나는 나를 찾아 헤맸지만 나 같은 비슷한 사람조차 본 적 없고요 만나면 포옹하려 기인 양팔 준비했지만 껴안아본 적 없고요 내가 누구인지요 

 

공기에 날 비추어보면 수천 수만 공기알들 속에 내가 들어있어, 나 여기있어 나 여기있어 저마다 합창하여 어떤 것이 진짜 나인지 알 수 없군요 어디선가 매번 넘치는 생각들이 흘러와 찰랑이는데, 대체 누가 보내온 것인지 출처를 모르겠네요 원도 끝도 없이 날아다니는 원자, 전자, 광자 속, 텅텅 빈 무의 공간속에서도 이름 없는, 이름 모를 존재 뿐! 나와 내가 만나 서로 포개질 때 내 얼굴과 내 몸이 서로 알아볼까요. 어디서 살던 무기명 침묵들처럼 깊고 오묘하게 서로 스밀까요


나를 찾습니다라고 염송하며, 나 저물녘 허드슨 강변을 걷고 있다



[문학과창작]201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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