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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무언의 깊이- 신지혜 <시인광장> 5월호 20212021-08-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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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의 깊이

 

 

 

소리 나지 않는 것이 더 큰 소리를 낸다

 

요란한 목탁소리보다 조용한 절간 댓돌위에

가지런히 놓인 흰 고무신이 더 소리가 깊다

 

흰 고무신보다 산등성이 여기저기 깨지고 터진

바위 무더기가 더 소리가 깊다

 

바위 무더기보다 빈 골목, 하염없이 달 쳐다보고

가만 앉아있는 개의 동공속이 더 깊다

 

개의 동공속보다

혼자 굴러가는 외바퀴 휠체어 저 만월이 더 깊다

 

그러나

배고픔도 고통도 말하지 않는

케테 콜비츠* 판화속의 굶주린 어린아이들,

퀭한 그 눈 속이 빈 밥그릇처럼 깊고도 아득하여

이미 오래 전 닫혀버린,

소리 잃은 입술들

 

그 캄캄한 무언이

뼈를 깎듯 더 아프고 깊다

 

 

 

 

 

 

 

*케테 콜비츠 (Käthe Kollwitz)-독일 판화가,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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