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 노동자의 춤
신지혜
그가 돈을 센다 하수구 맨홀뚜껑 열고 들어가 악취 나는 하수구 속 오물 치워주고 일당 받은 한 남자가 돈을 센다 이 돈 거쳐온 무수한 손길들도 그랬겠지, 가만있어도 알 수없는 허밍이 저절로 흘러나오고 배춧잎처럼 어깨가 들썩거리고, 이게 얼마만인가 지폐의 고지를 타고 넘는다 세상 온갖 지저분한 노동과 인정사정없이 휘감기던 수모와 욕설에도 이제 이골 난 그가 목숨 부지위해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품팔이 하는 일쯤, 그게 산 자들의 몫이라고, 육필경전이 아니겠느냐고 이미 오래전 득도했지 않았던가 경비실 문전박대 냉소에도 콧노랠 불렀고 오히려 상스런 욕바가지 퍼부은 자 뒤통수에도 거푸 큰절했다
그가 돈을 센다 철공소 날선 도르래 돌리다 마디 싹둑 끊어진 집게 손가락에다 침 퉤퉤, 뱉어 돈을 센다 그의 없는 손가락에 의해 돈이 저항하듯 빳빳하게 일어선다
착착, 돈 넘어가는 소리, 넘겨지는 돈 노랫소리, 한 놈이요 두 놈이요 세 놈이요 얼쑤, 목메는 눈물고개 술술 잘 넘어간다
단 하나 뿐인 자존심 밟히면 밟힐수록 더욱더 이력 붙는
배포가 오직 그의 전 재산이다
시와경계 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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