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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색의 경계를 넘다/ 신지혜..............[애지]봄호.2007년2019-07-15 20:51
작성자
2007·04·07 23:15 | HIT : 3,387
색의 경계를 넘다




신지혜

                          

맨해튼

타임스퀘어 앞에서 내 발걸음 멈춘다

다인종 색색 얼굴들이 내곁을 지나간다

한때 내 억겁 전생이었을 사람들


이제 나를 황인종이라 부르지 마라


나는 한때 흑인이었고 백인이었으므로

색과 색의 경계도 없이 국적도 없이

무한 시간의 구멍을 통해

자유자재 생을 왕래하였으므로



이제 나를 한 이름의 감옥에만 가두지 마라

나는 한때 쿠푸였고 투탕카멘이었고

셀리템플이었고 허황옥이었다



이제 나를 지구인이라 일컫지 마라

나는 수억만 년 전 밤하늘 은하계 돌고 돌아

마침내 이 지구에 내려선 우주인이므로



저 도심 불빛속 끈끈히 엉겨붙는,

인파 한가운데 고요한 시선을 꽂아보면 안다

얼핏 현란한 색의 계보아래 깔려있는

천연색 밑그림들



나 색의 무궁 두루 넘어

이제 마악 이곳에 당도했다


나 한 철책 안에 가두지 마라






-계간 [애지]2007년.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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