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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네 /신지혜-----------[현대시학]2002.9월호2019-07-1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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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네

신지혜


내가 현관문을 밀고 나가자,
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네
저편 우주 끝에 가 닿는 결 무늬,
다시 밀려와 내 몸 속을 통과했네
내가 휘적휘적 길 걸어갈 때, 몇 겹의 공기가
푸드득 찢겨 너풀거렸네
이따금씩, 휘둥그레진 그 눈알 속에
수천의 내 얼굴 촘촘히 박혀있었네
문득문득 저편,
파스텔의 전생들이 흘깃흘깃 나를 바라다보네


타박타박 걷다가 뒤돌아보면
공기 소용돌이가 나를 따라오네
어쩌다 올이 풀린 공기알이나 찌그러진 공기 한 알도
누군가 재빨리 수선하네
노오란 햇살의 실밥들이 자욱히 흩날리네
길 앞, 저쪽이 접혔다 펴질 때마다
우주 건반이 루루 경쾌하네
나는 거리의 악사처럼 길을
가슴에 껴안고 연주하네


-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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