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6 11:32 | HIT : 2,7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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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터리 좋은 조상들
신지혜
리지필드 공동묘지 사이 길, 빽빽한 묘비들 일제히 사열한다 새 울음소리 몇 개 꽂혀있다 인조 꽃 몇 송이도 그저 흔들흔들
안토니, 제니퍼, 차알스...... 두루 편안하신가? 맥박도 잴 수 없이 평평해진 저 수평의 고요, 그대들 또한 먼 조상 누군가의 이름 물려 입고 한때 서로 머리 부딪치며 아무것도 아닌 일에 멱살 잡으며, 치열하게 살았을 것이다 또는 으스러질 듯 포옹하고 키스하며 잘들 살았을 것이다 죽어 좋은 조상되기 위해 발버둥쳤을 것이다 묘비 가운데 두고 생면부지 낯선 이와 머리 맞대고 평화로이 누운 채 죽은 자들 타운에 모여 사는 것, 괜찮으신가 이미 오장육부는 내부골조 폭삭 무너진 폐가처럼 가라앉고 두개골 하얗게 삭아버렸을 백골들,
누군가 그들이 벗어버린 이름 또다시 새 옷처럼 받아 입고 해질녘 놀이터를 뛰어다니거나 저문 호숫가를 천천히 배회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그 이름 달고 야간청소부 되어 비꺽이는 낡은 계단에 왁스칠 할 것이다
안토니, 제니퍼, 차알스...... 걱정들 마시게나 지상의 이름들은 재활용되어도 더없이 순결하다네 제것 아닌 이름 어찌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리
세미터리는 죽은 자들의 이름 박물관, 우리는 자나깨나 학습한다 좋은 조상 되기 위하여 대물림 이름 더럽히지 않기 위하여
[현대시학]201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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