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4 00:48 | HIT : 3,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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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쥐눈이콩
신지혜
나사 우주지도 펼쳐보다가 발견한 새까만 검정쥐눈이콩, 처음엔 있는 듯 없는 듯하였으나 자세히 보니 그것이 나선형 팔에 안겨 욱신욱신 호흡하는 것이었다
저 콩도 어미가 있으니 저렇게 열렸지 콩의 세계도 인간처럼 슬픔의 아우라가 있어 때때로 푸른빛, 노란빛, 파노라마 슬픔 막무가내 발광하겠지
나도 어미가 있고 내 어미도 또 그 어미가 있었지 그 어미들은 또 무한 어미를 갖고 있어 이 보이는 세계는 알고 보면 모두, 어미들 일가친척 한통속 가계, 적나라하게 내 앞에 벌어진 저 우주 튼실한 뿌리 쫓아가면 휘황한 개스, 먼지 어미들 한 판 페스티벌 벌이고 그 너머, 무에서 유가 유에서 무가 또 서로의 살뜰한 어미 되어 쓰다듬고 핥아주고 있으리
출처 없는 것이 이 세상 어디 있겠는가 오랜 유전의 뿌리로부터 전승된 내 미토콘드리아 속에도 이미 늙은 어미들의 가계코드와 습 고스란히 내장되어 있으므로 결국, 나는 그들이 집대성한 최신 결정판 아바타,
조그만 콩속에서 무성하게 번식한 내 조상들, 그 삶의 미세문양들 속, 내 목숨 한 점 정교하게 돋을새김한다
조금 더 장면을 확대하자, 어미 팔 매달려 자맥질치는 검정쥐눈이콩, 쉼 없이 허공 장막 가르는 모습 선명히 클로즈업된다
『현대시학』.201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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