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3 09:13 | HIT : 2,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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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웃음 한 다발
신 지 혜
한때 내가 알던 사람을 급하게 조문했다 상주들은 잠시 자리 비웠는지 아무도 없고 전국에서 온 조화들만 늘어서 피붙이처럼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영정사진 속, 함박웃음 만개했다 내 일찍이 그가 그처럼 화사하게 웃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그의 짙은 웃음의 향기가 번지고 번져 장례식장 가득 채우고
“나 죽어 이 모습 이대로 똑같은 이름 입고 똑같은 눈빛으로 당신들 내 동공에 두 번 다시 담을 수 없으니, 나 당신의 남편, 당신의 친구, 당신의 이웃으로 똑같은 역할, 똑같은 얼굴로 되돌아올 수 없으니, 나 딱 한번만 반짝 울고 수 천만번 계절 없이 웃으며 당신들 인연 잊지 않겠네“
그러자 장례식장 좌우 도열했던 흰 국화, 노란 국화 화알짝 고개 들며 일제히 화답했다
“네. 새 여행 떠나셔도 우리가 이쪽에서 손 흔들고 응원할게요. 당신이 어딜 가든 언제나 우리가 당신 편이라는 걸 꼭 잊지 말아주셔야 해요“
내가 돌아 나오려고 일어서자 그는 내게 마지막 선물이라며, 꼭 가져가라며, 웃음 한 다발 선뜻 안겨주는 것이었다
『현대시학』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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