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
신지혜
법정스님이 입적하기 전 한 일은 아마 대청소였을 것이다 한 목숨 받아 이 지상에 왔으면 시간 경영 잘해야지 쓸데없는 일,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이며 남의 농장에 양과 소가 몇 마리인 것이나 헤아려서야 쓰겠느냐 시간탕진으로 소일하고 남은 시간 폐지 쓰듯 펑펑 써버렸으며 죽어 이름 몇 자 남기자고 부질없이 명예나 탐하고 뭘 좀 안다고 신변잡기 끄적거려 절 받으며 껍죽거렸으니, 어리석다 어리석다 어리석다 탄식했을 것이다 서점가에 발 푹푹 빠지는 책속에 하나 더 보태는 것도 그렇고 굶어죽는 이에게 쌀 한 톨 역할도 못할 글줄이나 썼다고, 그는 자기가 풀어놓은 책들 모두 거둬들여 훨훨 불살라버렸다
이 세상에 먹고 사는 일만큼 큰 업적이 없으나 또한 먹는 일은 세상일 잘 배워 자신을 만나라고 주어진 것, 자신을 잘 경영해서 CEO 되라는 것 아닌가
오늘 내 안의 부질없는 마음쪼가리들 다 꺼내놓고 마음쇄신 대청소 한다
계간[리토피아] 2013.겨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