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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벌레 구멍 /신지혜----------------------계간 [문학과 창작]2016년 봄호2019-07-16 21:27
작성자
2016·02·04 15:20 | HIT : 2,723
벌레 구멍

  
  신지혜


구멍 숭숭 뚫린
오크나무 이파리 한 장
나 들여다봅니다
벌레구멍 안쪽 깊숙이,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었을
벌레 한 마리 생각합니다


구멍 속에서, 사계절 풍경
집안에 들여놓고 몇 번째 계절인지 혼자 헤아려보기도 하고,
퍼즐 놀이하듯 조각조각 맞추어보곤 했었겠지요
밤이면 조각달도 혼자 사는 그가 궁금해 밥은 굶지 않았느냐고
그의 집에 불쑥 얼굴 디밀고 안부를 물었겠지요
그때마다 벌레는 셀로판지처럼 팔랑거리는 집 한 채만도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고마워했을 것입니다
때때로 오글오글 끓는 빗소리로부터
치열한 세상 이야기 전해 들으며
자신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마음 다졌을 것입니다


저물어가는 가을 풍경의 깊이를
오래 아껴먹듯 조금씩 갉아먹으며
천천히 비상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둥그스름한 벌레구멍이 점점 더 넓어지고 가느다란 잎맥들 드러날수록
벌레의 외로움도 불을 켠 듯 시리도록 환하게 넓어졌을 것입니다


어느날 벌레 한 마리 결심한 듯 이파리 달랑 하나 남긴 채
하늘을 훨훨훨 날아갔겠습니다
외로움의 빛나는 프로펠라를 달고 멀리 높이 상승했을 것입니다



계간 [문학과 창작]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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