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
| 2007·11·18 06:30 | HIT : 943 | VOTE :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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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여가수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득한 그곳에서 몸은 버리고
목소리만 젖어 왔습니다 얇게 압축된
가벼운 디스크 한 장 속에 눌린 그녀의 목소리엔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운 마력이 아직 살아 있어 (…)
노래는 시간의 허방처럼 깊고
흑단의 긴 생머리 찰랑찰랑이던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윤기로 넘실 넘실거렸습니다 (…)
한번 입력된 그녀의 곡조는 지워지지 않은 채 내 구석구석을 돌아 문득문득
찢겨진 내 생각 밖으로 흘러나와 나를 물들이고
나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녀의 회전을
좀처럼 멈출 수 없습니다
-신지혜 '죽은 여가수의 노래' 부분
적막을 뚫고 노래가 흐른다.
윤기나는 선율이 귓속을 파고들어 미세한 신경을 따라 온 몸을 떠돈다.
순하고 무구한 감동을 끝없이 퍼붓는 소리의 성찬.저릿하다.
그 성찬에 빠져들면 사랑도 슬픔도 보석처럼 빛난다.
먼 기억이 꿈인듯 살아나고 간혹 세상도 달라 보인다.
그래,이것만 들어도 됐다.
사는 게 별건가.
움켜 쥐고 있는 헛된 망상들 다 버려야 겠다.
너와 나의 경계도 와르르 허물어버리자.그런 생각까지 든다.
얇게 압축된 디스크 한장의 힘.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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