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시가있는세상>

제목[보스톤코리아신문]<시가 있는 세상> 우화의 강/ 마종기2019-07-28 20:22:56
작성자
 2008·01·03 04:33 | HIT : 1,258 | VOTE : 116
  

『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우화의 강

 

마종기(1939~)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맑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 하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 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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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다. 따뜻한 인간관계로 세상이 훈훈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물길을 트고 강이 되어 깊고 맑은 흐름을 유지한다면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서로의 눈물과 웃음을 이해하고 시공을 초월하는 불변함으로 그 생각의 물결이 가 닿는 맑고 큰 서로의 강이 된다면.

 마종기 시인은 일본 도쿄출생. 1959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조용한 개선><이슬의 눈><새들의 꿈에서는 나무냄새가 난다>등 다수.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신문발행일.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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