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시로 여는 세상]
야채사(野菜史)
김경미
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 한다
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의 입에 단 바람에
꽃에서 야채가 되었다 한다
맛없었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양파꽃들도
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
검은 영정 앞 국화꽃 대신 감자꽃 수북했겠다
사막도 애초에는 오아시스였다고 한다
아니 오아시스가 원래 사막이었다던가
그게 아니라 낙타가 원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원래 낙타였는데 팔다리가 워낙 맛있다 보니
사람이 되었다는 학설도 있다
여하튼 당신도 애초에는 나였다
내가 원래 당신에게서 갈라져나왔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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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은 모든 생물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해가며 다양한 형태의 종으로 분화하는 적응방산을 통해 진화한다는 설을 주장했다. 즉‘생존경쟁과 자연선택'을 통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는 설이다. 야채사 역시, 허구의 황당한 설이 아니다. 다양한 변이와 진화의 자취, 그 빛나는 상상과 즐거운 추이에 푹 빠지게 한다.
김경미 시인은 서울 출생.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 <쉬잇, 나의 세컨드는>이 있으며, 사진 에세이집 <바다 내게로 오다>가 있다 노작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2008.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