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산 동안거에 들다
송문헌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낙엽자리인가
바스락 우두둑 골절된 가랑잎들
고요의 뼈를 들추는 경계를 지운 산
나를 불러들이고 허둥지둥 지나온 길
돌아가는 길 또한 오리무중,
누가 누구의 길을 동행하고
누가 누구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가
네가 내게 마음이 없으면 오지 않을 터
내가 네게 길이 없으면 가지 못할,
눈을 뜨면 어느새 산 빛 풀빛 본연의 모습
전광석화 번쩍 오가는 시간의 화살도 잠시
머물지 못하고 떠나가네, 그렇게 낡아 사라지네
사람들아, 禪에 든 저 깊은 산 깨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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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이다. 그것도 "禪에 든 깊은 산"이다. 공자는,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 하지 않았는가. 이 시로, 묵묵히 한자리에 뼈를 박은 산, 고요의 깊은 품에 들고싶다. 한 자리를 지키고 제 삶의 깊이와 자아를 읽으며, 성찰하는 산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마도 천만년 지나가도 늘 한 자리인 산의 심성을 닮으리라.
송문헌 시인은 충북 괴산 출생. 1992년 『천평시』에 시 [진달래 만발]외 11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시문학> 및 <시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 중. 시집으로 <눈이 내리면 외포리에 가고 싶다><아라리는 아직도 이 거리에 있다><그물에 걸린 바다>가 있으며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사무국장이며, 무원문학상, 한국자유시인협회상등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2008.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