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가을밤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연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
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
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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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시간의 마법에 의해 이것이 그것이 되고 그것이 이것이 되어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꿀절임처럼, 변성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는 이 세계. 이 시가 그 현상의 묘법을 반추하지 않는가.
조용미 시인은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삼베옷을 입은 자화상>이 있으며,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