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직소포에 들다
천양희
폭포 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정토! 나는 늘 꿈꾸어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수궁을.
폭포 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 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 소리 같은 - 바위들이 몰래 흔들한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와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절창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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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폭포소리 들어보셨는가. 이 직소포의 폭포 앞에 가슴을 풀어헤치고 무한천공에 들어보시라. "천둥 소리같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 소리 같은" 그런 폭포를, 삶의 온갖 절망과 사소함을 씻어내는 폭포, 오감이 뻥 뚫리고, 두눈이 번쩍 트이게 하는 폭포, 마음을 흔들어 일깨우는 폭포, 여기가 바로 백색정토, 무한천공이라 한다. 이 시인의,폭포수 같은 완창의 시가 사방천지, 심장을 쾅쾅 두들기며 고단한 삶의 일상들을 직격으로 일격에 들어 엎는다. 격파다!
천양희 시인은 부산 출생,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등이 있고, 단편소설「하얀 달의 여신」,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등을 출간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신문 발행일.Mar.23.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