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저수지에서 생긴 일 2
서정춘
어느 날 저수지 낚시터엘 갔었더랍니다 처음에는 저수지 물이 아주 잔잔해서 마치 잘 닦인 거울 속 마음 같아 보였는데 거기다가 길게 날숨 쉬듯 낚싯줄을 드리웠는데 때마침 저수지 물이 심각하게 들숨 날숨으로 술렁거렸고 난데없는 왜가리의 울음방울 소리엔 듯 화들짝 놀란 물고기가 저수지 전체를 들어 올렸다가 풍덩풍덩 놓쳐버렸기 때문에 나 역시 낚싯줄에 간신히 걸린 한 무게를 깜짝깜짝 놓쳐버릴 수밖에 없었더랍니다 그러자 저수지 물은 다시 잔잔해졌고 아 이렇게 한순간에 일어난 '긴장감 속에 깃든 평화'를 나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아직 맛본 일이 없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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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저수지 풍경과 맞대면 해본 적 있는가. 더욱이 저수지 물속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의 고요를 경험해 보신 적 있는가. 처음엔 '물이 아주 잔잔해서 마치 잘 닦인 거울 속 마음 같아 보였는데' 저수지를 술렁거리며 '난데 없는 왜가리의 울음방울 소리엔 듯 화들짝 놀란 물고기가 저수지 전체를 들어 올렸다가 풍덩풍덩 놓쳐 버렸기 때문에' 저수지가 다시 잔잔해진다. 당신은 즉, 이 아름다운 시의 풍경 속으로 고귀한 초대를 받는다. 이 시는, 삶의 '긴장감 속에 깃든 평화'의 값진 무게를 체험하게 한다. 순간, 저수지를 온통 뒤흔들던 한판 승부의 짜릿한 술렁임이 지나간 후에, 잔잔히 드러난 삶의 평화가 시원하고도 맛깔스럽게 스쳐간다.
서정춘 시인은 전남 순천에서 출생하였으며, 신아일보 신춘문예(1968)로 등단. 시집으로 [죽편] [봄, 파르티잔] [귀] 등이 있으며, 박용래문학상, 순천문학상,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신문 발행일>Apr.6.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