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시가 있는 세상>
햇빛사냥
장석주(1954~ )
애인은 겨울들판을 헤매이고
지쳐서 바다보다 깊은 잠을 허락했다.
어두운 삼십 주야를 폭설이 내리고
하늘은 비극적으로 기울어졌다.
다시 일어나다오, 뿌리 깊은 눈썹의
어지러운 꿈을 버리고, 폭설에
덮여 오, 전신을 하얗게 지우며 사라지는 길 위로
돌아와다오, 밤눈 내리는 세상은
너무나도 오래 되어서 무너질 것 같다.
우리가 어둠속에 집을 세우고
심장으로 그 집을 밝힌다 해도
무섭게 우는 피는 달랠 수 없다.
가자 애인이여, 햇빛사냥을
일어나 보이지 않는 덫들을 찢으며
죽음보다 깊은 강을 건너서 가자.
모든 싸움의 끝인 벌판으로.
이 시는 뜨겁다. 전쟁처럼 암울한 청춘의 슬픔이 내장되어있다. 삼십 주야를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겨울 어둠속을 가득 메우는 시린 눈발들과 무너진 길들 그리고 우는 영혼을 달래는 고통의 애가는 처절하게 귀를 찢는다. 맹수처럼 스스로의 고통을 베어먹으며, 타오르는 청춘의 부르짖음과 암담한 열정속에서 서릿발처럼 눕는 애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지상의 험한 능선과 부조리한 인식의 경계를 넘어간다. 가자. 황금빛 깃털을 나부끼며 고통스러운 청춘의 뼈를 이끌고 햇빛을 포획하러 가자 한다. 저 '죽음보다 깊은 강'을 건너가는 뜨거운 피의 체 게바라 처럼
장석주 시인은 충남 논산 출생. 월간문학(1975)[조선일보 신춘문예](1979)로 등단, 시집으로 [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 [붉디 붉은 호랑이] [햇빛사냥] 및, 다수의 평론집이 있다.
<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Jan.11.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