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시가 있는 세상]
소리의 탑
설태수
첼로 연주 소리가 들린다.
지그재그로 공기를 찢으며 다가 온
音波가 나를 흔든다.
소리를 낸다는 것은
대기에 상처를 낸다는 것.
첼리스트의 움직임에 따라 가슴에 파고드는
그 상처에 넋 나간 듯 사로잡혀 있으니
감동이라는 말은
형형색색으로 파헤쳐진 영혼의 상처를
美化시킨 말.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마음 깊은 곳에 소리를 새겨넣는 일.
지그재그로 상처를 새겨넣는 일.
몸 안 奧地에 박힌 그 상처가
살아가는 밑천이 되기도 하니
그대와 나는
적요 속의 소리에 실려가는 존재.
연주가 끝나고 박수 소리 들린다.
이 소리 저 소리가 숱한 사금파리로 쌓이는 몸은
소리로 된 탑일지도 모를 일.
때가 되어 무너지는 날은
또 다른 소리를 부를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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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도 일종의 소리 진동이며 그 파장이 공간을 상처낸다는 것임을 이 시가 말한다. 그 소리의 상처에 의해 인간의 삶과, 말하는 것 역시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지는 일이라니, 그렇다. 이 시로 하여 우리 사는 일이 온통 소리를 내고 흡인하는 일, 바로 소리의 탑이었음을!
설태수 시인은 경남 의령출생. 199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열매에 기대여><푸른 그늘 속으로>가 있으며, 현재 세명대 영문과 교수.
<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2008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