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티티새가 누워 있는 밤
김 참
붉은 지붕 위에 티티새가 누워 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티티새가 누워 있는 붉은 지붕을 적신다 건너
편 마을 외딴 이층집 유리창에 불이 들어오고 이층집 언
덕 뒤에서 붉은 달이 떠오른다 나는 붉은 달이 내려다보
는 우리집 마당에 나와 꽃나무 화분에 물을 준다 자전거
를 탄 사람들은 우리 집 지붕을 넘어 붉은 달이 흘러가는
밤하늘을 가로질러 간다 우리집 지붕을 넘어 붉은 달이
흘러가는 밤하늘을 가로질러 간다 우리 집 지붕엔 티티새
가 꼼짝없이 누워 있는데 사람들은 휘파람을 불면서 자전
거를 타고 자정의 달이 붉은 광채를 뿌려대는 하늘의 길
을 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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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속의 환타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보라. 붉은 지붕 위에 누워있는 티티새, 붉은 달, 하늘 길로 페달을 밟는 사람들, 이같은 초현실주의적인 공간속으로 무한 시간의 여행을 떠나 보라. 우리 앞에 펼쳐진 시뮬레이터가 예측불허의 화면속으로 안내한다. 이 시는, 아름다운 꿈과 욕망의 환상적인 조화로 펼쳐진다. 끝없는 상상의 비행에 동참하게 되어 우리 앞에 무수히 스쳐간 풍경들, 혹은 내면에 깊게 각인된 기억들과 다시 해후하게 된다. 끝없이 신비한 상상과 파스텔의 무늬 속에서 내면세계의 잃어버린 기억들을 반추한다. 자유자재로 사유를 펄럭이며 '하늘 길을 따라 페달을 밟아' 미래의 또다른 공간으로 독자를 매혹적으로 흡인한다.
김참 시인은 경남 삼천포에서 태어났다.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 여행>, <그림자들>이 있다.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했다.<신지혜.시인>
<신문발행일> Mar.30.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