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09·05 21:54 | HIT : 1,391 | VOTE : 118 |
| | 『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신성한 식사 이지엽(1958~)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마 15 :11) 마른 무 쪼가리 콩자반에 김치 할머니 진지를 드시네 나물 싸주던 흙손으로 돈을 세던 갈퀴손으로 김치를 쭉 찢어 눈 감고 한입 밀어 넣으시네 눈곱 낀, 한쪽은 반쯤 감긴 눈 두 개 남은 앞니로 오물오물 꿀~꺽 식사를 하시네 낮술 취한 망나니 아들이 건들건들 이 할망구 뒈져 죽어 버려라 해도, 할머니 대꾸도 않고 콧물 쓰윽 검지 손께로 훔치며 식사를 하시네 남은 좌판에는 머위대, 헝클어진 돌나물, 고들빼기 오가는 행인들의 투박한 발걸음마다 보풀거리며 일어나는 먼지 속에서 할머니 웃뜸 마실 가듯 천천히 늦은 점심을 드시네 *********************************** 여기, 장터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우리에게 낯익은 풍경의 할머니 모습이 있다. 주름살 가득한 얼굴의 굴곡만큼 녹록치 않았을 할머니의 삶의 애환이 서려있어 애잔한 감동으로 다가선다. 왜 아닌가. 밥이야말로 인간 생존의 가장 치열하고 중대한 리얼리티다. 때늦은 점심을 드시는 할머니의 식사야말로, 이 지상에서 가장 신성한 식사가 아니고 무엇이랴. 바로 눈물겨운 우리들 어머니 모습이다. 이지엽 시인은 전남 해남 출생. 1982년 [한국문학], 1984년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다섯 계단의 어둠] [샤갈의 마을] 시선집[씨앗의 힘]이 있으며, 시조집 [떠도는 삼각형][해남에서 온 편지]등이 있다. 성균관문학상,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SEP. 07.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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