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이 시대의 변죽
배한봉
변죽을 아시는지요
그릇 따위의 가장자리, 사람으로 치면
저 변방의 농군이나 서생들
변죽 울리지 말라고 걸핏하면 무시하던
그 변죽을 이제 울려야겠군요
변죽 있으므로 복판도 있다는 걸
당신에게 알려줘야겠군요
그 중심도 실은 그릇의 일부
변죽 없는 그릇은 이미 그릇이 아니지요
당신, 아시는지요
당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변죽, 당신을 가장 당신답게 하는
변죽, 당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변죽, 삼거웃 없는 마음을
중심에 두고 싶은,
변죽을 쳐도 울지 않는 복판을 가진
이 시대의 슬프고 아픈 변죽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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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혹여, 그대 자신이 변죽이라 생각할때가 가끔 있으신가. 그렇다면 이 시가 따뜻하게 그대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혹여 그대가 중심을 연모했다면, 지금 변죽의 그대 자신을 오히려 당당히 사랑하라. 변죽이 있어야 중심도 그 역할을 다하는 법. 세상사 주축이 되는 것이야말로 변죽을 빼놓고는 결코 이야기 할 수가 없다고 이 시가 들려준다. 바로 당신은 훌륭한 변죽으로 중심을 거느리고 있는 것, 이 시가 그대를 따뜻이 위무해주며 바로 오늘, 그대 편이다.
배한봉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이며, 198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흑조黑鳥><우포늪 왁새><악기점><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이 있으며 저서로 <우리말 부모은중경>등이 있다 <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 2008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