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지문
권혁웅(1967~)
네가 만질때마다 내 몸에선 회오리바람이 인다
온몸의 돌기들이 초여름 도움닫기 하는 담쟁이 처
럼 일제히 네게로 건너뛴다 내 손등에 돋은 엽맥
(葉脈)은 구석구석을 훑는 네 손의 기억, 혹은 구
불구불 흘러간 네 손의 사본이다 이 모래땅을 달
구는 대류의 행로를 기억하느라 저 담쟁이에게서
도 잎이 돋고 그늘이 번지고 또 잎이 지곤 하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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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이면 그대는 그 많은 이들을 두고 내게로 왔는가. 그것은 담쟁이처럼 시간과 공간을 아랑곳없이 훌훌 건너와 더듬어가는 손길의 기억이라 한다. 무심히 왔다 가는 듯이 보이는 저들에게도 기억이라는 더듬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내가 그대를 마주한 것은 그대를 지나온 질기디 질긴 그 지문의 기억 때문이었으리.
권혁웅 시인은 충주 출생. 1996년 「중앙일보」신춘문예(평론) 및 1997년「문예중앙」(시)로 등단했으며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등 이 있다. 현대시동인상, 시인협회젊은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2008년 4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