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자작나무 내 인생
정끝별
속 깊은 기침을 오래하더니
무엇이 터졌을까
명치끝에 누르스름한 멍이 배어 나왔다
길가에 벌(罰)처럼 선 자작나무
저 속에서는 무엇이 터졌길래
저리 흰빛이 배어 나오는 걸까
잎과 꽃 세상 모든 색들 다 버리고
해 달 별 세상 모든 빛들 제 속에 묻어놓고
뼈만 솟은 저 서릿몸
신경줄까지 드러낸 저 헝큰 마음
언 땅에 비껴 깔리는 그림자 소슬히 세워가며
제 멍을 완성해 가는 겨울 자작나무
숯덩이가 된 폐가(肺家) 하나 품고 있다
까치 한 마리 오래오래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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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 멍을 완성해 가는 겨울 자작나무'앞에선 누구나 저절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삶과 목숨이란 끝없이 말라가며 제 멍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 한다. 더욱이 내면에 '숯덩이가 된 폐가(肺家)를 품'지 않았는가. 경건한 빛을 뿜어내는 고행자인 자작나무가 눈이 시리다.
정끝별 시인은 전남 나주 출생. 198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삼천갑자 복사빛> 시론집 <패러디 시학>평론집 <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신지혜.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 2008.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