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스테이플러
윤성택
기차는 속력을 내면서
무게의 심지를 박는다, 덜컹덜컹
스테이플러가 가라앉았다 떠오른다
입 벌린 어둠 속,
구부러진 철침마냥 팔짱을 낀 승객들
저마다 까칠한 영혼의 뒷면이다
한 생이 그냥 스쳐가고
기약 없이 또 한 생이 넘겨지고
아득한 여백의 차창에
몇 겹씩 겹쳐지는 전생의 얼굴들
철컥거리는 기차는 멈추지 않는다
촘촘한 침목을 박으며
레일이 뻗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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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대는 인생이란 기차를 타고 여행 중이다. 이 시에 온몸을 맡기고 그저 덜컹거려 보라. 이 생에 동승한 승객들은 또 어떤가, 우리 모두는 태어나자마자 멈출 수 없는 속력으로 거대한 스테이플러처럼, 시간의 침목을 박으면서 가고 있다. 어떠신가. 이 시가 그대를 어둠 속 터널과 광활한 벌판을 횡단시키며, 그대의 생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명상하도록 한다.
윤성택 시인은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리트머스>가 있다. <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 2008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