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시가 있는 세상]
공휴일
김사인
중랑교 난간에 비슬막히 식구들 세워놓고
사내 하나 사진을 찍는다
햇볕에 절어 얼굴 검고
히쭉비쭉 신바람 나 가족사진 찍는데
아이 들쳐업은 촌스러운 여편네는
생전 처음 일이 쑥스럽고 좋아서
발그란 얼굴을 어쩔 줄 모르는데
큰애는 엄마 곁에 붙어서
학교에서 배운 대로 차렷을 하고
눈만 때굴때굴 숨죽이고 섰는데
그 곁 난간 틈으로는
웬 코스모스도 하나 고개 뽑고 내다보는데
짐을 맡아들고 장모인지 시어미인지
오가는 사람들 저리 좀 비키라고
부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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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미소가 번지지 않는가. 공휴일, 모처럼 가족사진 찍는 부산한 풍경의 모습이 정겹기조차 하다. 평범한 일가족사의 한 때가, 온통 푸근한 정감으로 뚝뚝 묻어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코 빛이 바래지 않을 이 선명한 시간 한 장.
김사인 시인은 충북 보은 출생. 1982년『시와 경제』창간동인으로 참여하며 시쓰기시작, 시집<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이 있으며, 신동엽창작기금 및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 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2008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