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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중앙일보/시(詩)가 있는 아침]'내가 그린 달'-[시]-신지혜./정진규 시인.2019-08-23 21: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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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시(詩)가 있는 아침]'내가 그린 달'-[시]-신지혜
 신지혜    | 2006·09·03 00:16 | HIT : 57 | VOTE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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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내가 그린 달' 중


-신지혜.'내가 그린 달' 중




차고 깊은 겨울밤,
'오'하며 둥글게 오므린 입 속으로
샛노란 목젖이 울렁울렁인다
둥글둥글한 입안의 목젖 넘어
새 몇 마리 들어간다 달이 내려놓는
몇 천의 지네발에 붙잡힌 마을 지붕들이
두 어깨를 들먹인다
먼 길 돌아와 초췌한 길들이
리본처럼 출렁인다 높고 낮은 산들이
곱사춤을 춘다 저 목구멍 근처,
단맛이 가득해지자 내장에 불이 켜진다
'오'안의 실핏줄마저 모두 켜진다

한 신인의 시다. 다르다. 감탄사는 밖으로 발성하고 그것을 있게 한 풍경들은 안으로 조밀하게 흡인한다. '오'는 빨판 그 자체다. 끌려가지 않고 끌어들인다. 어제 오늘 날씨가 차다. 곧 겨울밤이 당도하리라. 달빛 푸른. 그런 겨울밤 하늘의 새 몇 마리가, 달빛 지붕들의 흐느낌이, 초췌한 길들이, 높고 낮은 산들이 그의 내면에 가득 자리한다. 감탄사 '오'그 자체가 그것들의 '몸'이 된다. '단맛'은 무엇인가. 충만이다. 충전이다. 불을 켜지게 하는. 그러나 비극적인. 풍경의 예인(曳引), 그 감성의 밧줄이 팽팽하다.


정진규 시인


중앙일보 2002-10-25 18: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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