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게 길을 묻다- 10 / 26 (토) 푸른 칼날저녁스케치 | 2019-10-26 19:46:48
새벽 뒤뜰에서 보았습니다 이슬 한 방울 제 등짝에 짊어지고 온몸에 잔뜩 힘을 모은 풀잎 한 가닥 보았습니다 어찌나 안간힘을 쓰던지 이파리 온몸이 풀 먹인 듯 빳빳합니다 저 이슬 한 방울이 대체 무엇이길래 제 몸 휘는 것도 모자라 온 아침을 팽팽하게 다 휘게 하는 걸까요 나 가만히 짐작해보았습니다. 언제나 날 떠받치고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그의 마음도 그렇겠지요 나 오늘은 저 조용한 이슬 속에 들어 둥글고 편안한 그의 등짝에 납작 엎드려 그의 숨 막히는 긴장을 가늠해야겠습니다. 신지혜 시인의 <푸른 칼날> 풀잎 한 가닥이 새벽이슬을 지키기 위해 온몸에 힘을 모으는 것처럼 우리 부모님, 어느 집의 남편과 아내도, 가족을 위해 온몸으로 버티고 있을 겁니다. 등골 휘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말이에요.
http://m.cbs.co.kr/FM981/Board/?type=View&bcd=007C0609&multi=19&num=644088&page=0&pgm=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