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시인 보도클리핑

제목오마이뉴스]신지혜 시집[밑줄]기사 2007.6.4.2019-08-2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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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4 21:45 | HIT : 2,544 | VOTE : 302

 
'한국인 최초의 우주시인이 나타났다'
코즈모폴리턴의 경전, 신지혜 시인의 시집 <밑줄>                     
 안재동(sangayu) 기자   

 



 
▲ 신지혜 시인의 신간 시집 <밑줄>
 
ⓒ 도서출판 천년의시작

요즘 한국 시단에 혜성처럼 뜨는 재미 여류시인 신지혜 씨가 시집 <밑줄>(도서출판 천년의시작 刊)을 신간으로 냈다.

<밑줄>에는 아주 커다란 언어가 담겨 있다. 서울에서 출생해 뉴욕에 거주하며 문학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철학과 삶을 이번 시집에 온전히 그려놓는다.

문화, 생활, 정서 등이 다르기 때문에 국외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시 영역을 확보해가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에너지는 이 모든 상황을 시원하게 극복한다.

역으로 불편한 상황을 자신만의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힘이 그녀의 몸속에 숨어 있다. 신지혜 시인이 펼쳐 보이는 시의 장점은 공존에 있다. '동양과 서양' '깊이와 넓이' '일상과 이상' '세심한 관찰과 대담한 표현' 등이 공존하는 시들은 그래서 때로는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때로는 가슴 깊이 젖어드는 감동을 전해준다. 시인의 이런 시집을 박현수 시인은 해설에서 '코즈모폴리턴의 경전'이라고 표현한다.

시인은 공존의 미학을 터득해 사소한 일상(또는 사물)을 통해 우주원리를 꿰뚫어보기도 하고 역으로 그 원리를 통해 인간의 어긋난 욕망을 꼬집기도 한다. "작은 물방울"을 통해 세상을 잉태하는 "둥그런 씨앗"의 모습을 본다든지, 존재를 "한 올만 톡 잡아당겨도 스르르 풀어져버리는 환(幻)"으로 파악하는 것이 그 예다.

그녀 시의 또 다른 장점은 어려운 것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데 있다. 우주원리라는 심오한 철학도 그녀의 손끝을 거치면 선명한 풍경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세심한 관찰에서부터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적합한 표현이 합일을 이루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대상을 머리 속에 들여놓고 육화시켜 시로 내보내기까지 그녀는 치열한 싸움을 해냈으리라.(도서출판 천년의시작 보도자료에서 발췌)

"우리시대의 요즘 시는 읽을 만한 시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서점에 가더라도 시집은 쉬 찾기 어렵다. 구하는 독자가 없으니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시에 대해, 그 시가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은 어쩌면 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외한들이나 내뱉을 수 있는 무례하거나 몰상식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 어떤 것에 대해서도 '옳다, 그르다'거나 '좋다, 나쁘다'는 등의 느낌과 견해는 개인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각 나라마다 사회마다 그 기준이 다를 수는 있다고나 할까.

필자가 여기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요즘 시를 폄하하거나 가치절하하기 위함이 아니라, 여류시인 신지혜 시인의 근간 시집 <밑줄>을 읽고 그에 대한 소견을 몇 가지 피력코자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시인의 눈은 보통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그 무엇이라고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신지혜 시인의 그 특별한 눈은 여느 시인보다도 유달리 밝고 예리하며 남다른 감수성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밑줄>의 표제시인 '밑줄'을 잠시 감상해 보기로 하자.

바지랑대 높이 / 굵은 밑줄 한 줄 그렸습니다 / 얹힌 게 아무것도 없는 밑줄이 저 혼자 춤춥니다 // 이따금씩 휘휘 구름의 말씀뿐인데, / 우르르 천둥 번개 호통뿐인데, / 웬걸? / 소중한 말씀들은 다 어딜 가고 // 밑줄만 달랑 남아 / 본시부터 비어 있는 말씀이 진짜라는 말씀, // 조용하고 엄숙한 말씀은 /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인지요 // 잘 삭힌 고요, // 空의 말씀이 형용할 수 없이 깊어, / 밑줄 가늘게 한 번 더 파르르 빛납니다 ('밑줄' 전문)

이 시에 대해 박현수 시인(경북대 교수)은 "그녀는 예언자처럼 다른 사람은 절대로 읽을 수 없는 숨겨진 문자를 읽는다.······그녀가 아니라면 그로부터 '본시부터 비어 있는 진짜라는 말씀'임을 누가 읽어낼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보통 사람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대상에 대해 발견과 창조를 해내는 눈을 신지혜 시인은 지니고 있다. 그 눈은 참으로 놀라우리만치 예리하고 번뜩인다고 할 수 있다.

시집 <밑줄>에 더욱 괄목할 만한 사항은 해설(박현수 시인)과 추천사(문인수 시인)를 쓴 두 시인이 신지혜 시인에 대해 공통적으로 '우주시인'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현수 시인은 그의 해설에서 '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네'란 시를 설명하면서 "······그때 짓눌린 공기방울이야 우주적 치유력으로 다시 제 상태로 돌아가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내 앞에 아코디언처럼 접혔다 펼쳐지는 우주 건반에서 신비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분석한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기막힌 상상력은 우리 시에 낯설면서도 가치 있는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주적 교감으로 가득한 이 신비주의적 비전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그것은 고차원의 사유가 현관문 여는 일처럼 친근한 대상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지혜 시인의 장점은 이처럼 신비주의적 사유를 일상화 하는 데 있다. 아니, 일상의 신성화라 하는 것이 옳으리라."

박현수 시인은 그의 해설에서 또 이렇게 말했다

"그녀에게는 우주를 읽는 본능이 있다. 그 본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으로 다음 시를 들고 싶다.

길 한 페이지 열어볼까 / ―발자국뿐이군 / 하늘 한 페이지 열어볼까 / ―쏟아져 내리는 동그란 새알들 / 바다 한 페이지 열어볼까 / ―일만 오천 구비 푸른 물살의 완벽한 뼈대 / 대지 한 페이지 열어볼까 / ―수천 년 전 해골들이 푸른 인광을 내뿜는다 // 우우, 나는 지금 / 책장에서 꺼내 든 낡은 시간첩을 읽고 있다 // 그때도 비바람 불고 눈발 몰아쳤던가 / 그때, 어느 길목 어귀에서 바라보았던 먼먼 미래가 바로 / 이 시간인 것일까 그때, / 넉 잃고 바라본 먼먼 지평선이 바로 여기쯤일까 / 그때 출발한 내가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속에 머물고 있다 // 나는 다시, 미완의 秘書를 수천 년 전 제자리로 / 말없이 꽂아놓는다 서점 문을 나서자 / 책 속의 길들이 어느새 문 앞에 당도해 있었다 (―「Barnes & Noble 서점에서」전문)

······그녀는 여러 겹의 세계를 안개처럼 뚫고 때로는 스스로 안개가 되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 세계를 우주적 차원에서 폭넓고도 자세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밑줄>에 대한 문인수 시인의 추천사도 박현수 시인과 맥이 상통한다. 그의 견해를 잠깐 들어보기로 하자.

"시인 신지혜는 통이 크다. 엄청 크게 논다. 이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미국에서 거주하는, 그의 대륙간에 걸친 개인사를 가리키고자 한 말이 아니다. 기독교가 성한 미국에 살면서 '바위'처럼 버티고 앉아 '참선'을 일삼는 '달마', 왕방울 눈에 턱수염(?)이 왕성한 그의 인상을 그리고자 한 말도 아니다. 다만 신지혜는 '은하계를 돌고 돌아 / 마침내 이 지구에 내려선 우주인'으로서 '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힌 남루한 풍경을 '가슴에 껴안고 연주하'는 '악사'이며 시인임을 말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여기, 우주율을 켜는 '우주시인'이 한 사람 나타났다. 그가 바로 신지혜다. 그의 광대무변한 시 세계와, 예측을 불허하는 상상력과,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자재한 운신이 그 이름에 값한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신지혜의 시는 참선하되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무한천공을 무대로 잘 노는 자신의 모습을 그저 훨훨 펼쳐 보여줄 뿐이다. 그러면서도 신지혜의 시는 인간의 냄새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이렇듯 그의 이 시집에는 현실과 환상이 아름다운 피륙처럼 잘 교직돼 있어 충분히 매혹적이기도 하다."


신지혜 시인은 미주 중앙일보 시 부문에 당선한 바 있고 <현대시학>을 통해서도 등단하였다. 재외동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시와 뉴욕>편집위원을 지냈다. 뉴욕중앙일보와 미주중앙일보, 대구신문 등에 시와 칼럼을 연재하기도 하였으며, 현재는 활발한 시 창작활동과 함께 <보스톤 신문>과 재외동포신문 등에서 칼럼니스트로도 맹렬히 활약하고 있다.

<밑줄>에 여느 시집과는 달리 아주 짧막하게 실린 신지혜 시인의 자서(自序)도 무척 인상적이다.

"몸 없는 바람처럼 / 마음 없는 구름처럼 / 훨훨 떨쳐버리고 가라 / 가거라"(―「자서」전문)

신지혜 시인을 일컬어 "한국에서 시를 쓰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나쁜 선입견을 완전히 깨어버인 코즈모폴리턴"이라고 강조하는 박현수 시인의 다음과 같은 일갈도 쉬 잊혀지지 않는다.

"어디 저 깊은 동굴 속 돌상자에 속에 담겨 있다가 갓 발견된 코즈모폴리턴의 경전, 이제 세상은 한바탕 소란스러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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