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아침시단][시]-신지혜/내가 그린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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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달 [경북일보/아침시단] [시] - 신지혜
내가 그린 달
신지혜
차고 깊은 겨울밤, ‘오’하며 둥글게 오므린 입 속으로 샛노란 목젖이 울렁울렁인다 둥글둥글한 입안의 목젖 넘어 새 몇 마리 들어간다 달이 내려놓는 몇 천의 지네발에 붙잡힌 마을 지붕들이 두 어깨를 들먹인다 먼 길 돌아와 초췌한 길들이 리본처럼 출렁인다 높고 낮은 산들이 곱사춤을 춘다 저 목구멍 근처, 단맛이 가득해지자 내장에 불이 켜진다 ‘오’안의 실핏줄마저 모두 켜진다
◆ 시작 메모
감탄사는 밖으로 발성하고 그것을 있게 한 풍경들은 안으로 조밀하게 흡인한다. 달빛 푸른. 그런 겨울밤 하늘의 새 몇 마리가, 달빛 지붕들의 흐느낌이, 초췌한 길들이, 높고 낮은 산들이 그의 내면에 가득 자리한다 ‘단맛’은 무엇인가. 충만이다. 충전이다. 불을 켜지게 하는.
[경북일보]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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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6·02 10:24 | HIT : 2,413 | VOTE : 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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