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무색의 둥그런 선 안에 갇힌
물의 무게를 나는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작은 살 속에도 피가 흐르고 뼈가 있어
세상으로 닿는 길목, 씨 하나를 심는다
겹겹의 눈빛 사이로 만상이 스러지고
찬바람의 손바닥에 얻어맞아도 해체되지 않는
그 팽팽한 표면장력,
서릿발치는 하늘 몇 장이 젖은 몸 안으로 들고
둥글게 부풀어오른 정적이, 잠시 숨이 멎는다
그 어느 날,
쩍쩍 입 마른 벌판의 살갗 속으로
지분지분 스며들면서 천지간
푸르러지는 여름 江,
마침내 실로폰 소리처럼 튕겨 오르는
경쾌한 웃음소리가
꼬깃꼬깃한 시간의 주름살을 팽팽히 다려놓는다
나도 그렇게 작은 물방울 하나로
기스락 끝에 매달려있다
투명한 씨방 속, 무수한 뿌리를 늘인다
둥그런 씨앗 하나가 시방 탱탱히 영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