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시인 보도클리핑

제목[CBS라디오 방송]<시를 배달합니다>-아득한 골목에서 연주하는 생>/권애숙, 아득한 골목 저편이...2019-08-2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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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혜    | 2007·06·02 10:27 | HIT : 2,466 | VOTE : 350

cbs라디오 방송<시를 배달합니다>-아득한 골목에서 연주하는 생 [시] - 신지혜

등록일 2003-06-20 01:19:24



아득한 골목에서 연주하는 생 


                                                                  권애숙(시인).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저는 대단지 아파트촌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을 누??살고 있습니다. 대문만 열면 이쪽 저쪽으로 쭈욱 연결되어 있는 구불구불한 골목과의 만남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시끌벅적한 우리 동네 골목에는 참 많은 이야기들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냄새가 뭉클하게 배여 있는 골목은 제게 있어 늘 삶의 시작이고 끝이며 무한히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이기도 하지요. 저처럼 골목을 좋아해 골목을 노래한 시인이 있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신지혜 시인의 ‘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네’라는 시입니다. 시인의 골목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함께 가보실까요?

시인은 2000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와 2002년 월간 <현대시학>을 통해 문단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발랄한 시적 상상력과 세련된 언어, 탱탱한 시적 긴장미를 유지하여 든든한 신뢰감을 준다는 평을 받고 있는 시인은 등단과 동시에 시단의 주목을 받으며 활발한 시작활동을 하고 있는 아주 역량 있는 신인이지요.
‘언제까지나 늘 신선한 사물과의 만남과, 따뜻한 시선의 조응으로서 이 시간의 세밀한 무늬결을 더듬어 맑고 경쾌한 울림으로 연주하고 싶다’고 시인이 된 소감을 말했습니다.

신지혜 시인의 시들은 참 신선하고 발랄합니다. 등단작품을 비롯해 그동안 집중적으로 발표한 여러 편의 시들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뛰어난 언어감각과 참신하고 경쾌한 상상력입니다. 시인의 촘촘한 언어로 짜여진 거침없는 상상의 세계를 따라 가다가 보면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시인이 펼쳐놓은 시의 우주 저 편으로 가 닿는 듯한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지요.
오늘 들려드릴 시 ‘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네’에서도 시인은 자신의 골목으로 아코디언 연주를 해 독자를 우주 끝까지 데려가고 있습니다. 현관을 열면 아득하게 펼쳐져 있는 골목은 결무늬로 접힌 채 우주 끝까지 가 닿았다가 다시 화자인 ‘내’ 몸 속을 통과하고 있지요. 지리멸렬한 골목길이 결국은 꿈의 공간인 우주로 가 닿는 통로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처럼 자신 앞에 펼쳐진 길을 껴안은 채 삶의 안쪽과 바깥쪽을 연주하고 있는 시의 화자는 때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삶의 길목에서 찢겨져 너풀거리는 수 천 개 자신의 얼굴을 만나기도 하고 파스텔화처럼 흐릿한 채 흘깃거리는 전생의 모습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골목길에서는 올이 풀려 너풀거리거나 찌그러진 공기들마저 누군가에 의해 다시 수선되고 있지요. 햇살의 실밥들이 자욱히 흩날려 생명의 재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골목길은 아주 신성한 공간으로 전환되는데요. 우주와 한 덩어리가 되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의 삶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연주해 가는 화자의 모습이 아주 경쾌하고 희망적입니다.



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네


신지혜




내가 현관문을 밀고 나가자, 아득한 골목 저편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네 저편 우주 끝에 가 닿는 결무늬, 다시 밀려와 내 몸속을 통과했네 내가 휘적휘적 길 걸어갈 때, 몇 겹의 공기가 푸드득 찢겨져 너풀거렸네 이따금씩, 휘둥그레진 그 눈알속에 수천의 내 얼굴 촘촘히 박혀있었네 문득문득 저편, 파스텔의 전생들이 흘깃흘깃, 나를 바라다보네

타박타박 걷다가 뒤돌아보면 공기 소용돌이가 나를 따라오네 어쩌다 올이 풀린 공기알이나 찌그러진 공기 한 알도 누군가 재빨리 수선하네 노오란 햇살의 실밥들이 자욱히 흩날리네 길앞, 저쪽이 접혔다 펴질 때마다 우주건반이 루루 경쾌하네. 나는 거리의 악사처럼 길을 가슴에 껴안고 연주하네




살아가면서 우리는 참 많은 길들을 밟고 지나갑니다. 길이 우리를 부르기도 하고 우리가 또 길을 펼치기도 하면서 끝없이 인생행로를 이어가지요. 크고 작은 그 길 위에서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넘어진 그 길을 딛고 또 다시 일어나 걸음을 떼기도 합니다. 그러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들기도 하?때론 자신이 누군가의 길이 되어 길게 드러눕기도 할 것입니다. 진정한 길은 보이지 않는 길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미로 같은 내면의 길까지 끌어안고 우리 모두 밝고 맑은 소리로 생을 연주해 간다면 끝내는 꿈의 우주에 다다르게 될 것입니다. 완성된 곡 하나를 얻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오늘도 자신의 지리멸렬한 골목에서 기쁘게 생을 연주하고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해 큰 소리로 추임새를 넣어 봅니다. 얼쑤,


(2003. 6. 17. 화. cbs라디오 '시를 배달합니다'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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