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시인 보도클리핑*

제목워싱턴DC [중앙일보] 물방울 하나가 매달려 있다-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2019-08-24 04: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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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8 10:03 | HIT : 1,962 | VOTE : 174

임창현의 문학에세이


 

물방울 하나가 매달려 있다

신지혜
 
 무색의 둥그런 선 안에 갇힌
 물의 무게를 나는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작은 살 속에도 피가 흐르고 뼈가 있어
 세상으로 닿는 길목, 씨 하나를 심는다
 
 겹겹의 눈빛 사이로 만상이 스러지고
 찬바람의 손바닥에 얻어맞아도 해체되지 않는
 그 팽팽한 표면장력,
 서릿발 치는 하늘 몇 장이 젖은 몸 안으로 들고
 둥글게 부풀어오른 정적이, 잠시 숨이 멎는다
 
 그 어느 날,
 쩍쩍 입 마른 벌판의 살갗 속으로
 지분지분 스며들면서 천지간
 푸르러지는 여름 강,
 마침내 실로폰 소리처럼 튕겨 오르는
 경쾌한 웃음소리가
 꼬깃꼬깃한 시간의 주름살을 팽팽히 다려 놓는다
 
 나도 그렇게 작은 물방울 하나로
 기스락 끝에 매달려 있다
 투명한 씨방 속, 무수한 뿌리를 늘인다
 
 둥그런 씨앗 하나가 시방 탱탱히 영글고 있다
 
 
 물방울 하나를 보면 청정한 이슬 떠오른다.
물 속 뼈가 있다.
피가 흐른다.
겹겹 찬란한 눈 켜켜이 쌓였다.
수많은 눈이다.
눈의 말이다.
그 속 우주가 들어 있다.
떨어져도 부서지지 않고 그대로 다시 원(原)이 되는, 유구한 존재를 안고 흐르는 여름 강(江)이다.
경쾌한 생명의 소리, 우리도 그렇게 물방울 하나로 생성하고 싶다.
존재의 시원(始原) 물방울 하나, 아슬 한 생성, 물방울은 존재의 어머니였다.
(chyim380@yahoo.com)

워싱턴DC [중앙일보]링크 http://dc.koreadaily.com/Asp/Article.asp?sv=dc&src=opn&cont=&typ=1&aid=20070712150511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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