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시인 보도클리핑*

제목[울산광역매일] 우주 모둠탕이 펄펄 끓는다/ 신지혜 시인2020-10-15 17: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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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모둠탕이 펄펄 끓는다
기사입력 2020/10/14 [16:44] 신지혜 시인
 
 

 우주 모둠탕을 끓인다

 

한 가마솥에 산을 숭숭 썰어 넣고
바다를 바가지로 넉넉히 쏟아 붓고 모둠탕 펄펄 끓인다
붉은 것, 푸른 것, 뾰족한 것,
파, 마늘, 깨소금, 후추
온갖 양념 다져 집어넣고
걸쭉하게 끓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도 다듬을 필요 없이
통째 집어넣고 끓인다
귀하다 천하다 더럽다 깨끗하다도 없이

 

잘 익고 있느냐, 산천아, 새야, 물고기야

 

한 솥 안에서 뭉게뭉게 솟구치는 물질의 냄새
썩은내 단내 맛없다 맛있다 할 것도 없이
보약이다 독약이다 할 것도 없이 푹 익힌다

 

인간이란 오만의 뼈도 무명벌레의 슬픔과

한데 뭉크러져 잘 끓고 있다

 

끓어라!

 

끓어야만 돌아가는 막무가내 우주 시스템
억겁 이전에도 끓었고 억겁 이후에도 펄펄 끓고 있을

이 가마솥 속에서
미완의 고장 난 퍼포먼스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여긴 오직 끓어야만 살 수 있는 곳이다

 


 

▲ 신지혜 시인    

시작노트
깊이 있는 사유와 시선은 매우 세밀하면서도 측정 불가할 정도로 실로 무한 광대하다. 우주를 간단없이 넘나들며 차원을 초월하기도 하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무한 깨달음의 세계로 왕래하기도 한다.

 

우리 앞의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마저 일거에 소통하며 꿰뚫고 있으며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예리한 직관력으로 촘촘히 교직돼 있어 독자로 하여금 특별한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과 깊이 있는 통찰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초월적인 경지로 우주체를 통째로 돌린다. 나만의 독창적 시세계를 훨훨 펼쳐 보여주는, 그 우주적인 영혼의 경전이자 독특한 시적 변혁을 일으키고 싶다. 그 세계는 낮은 자세로 끓으면 다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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