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꽃다발을 사양합니다/신지혜
내 생일이라고, 꽃다발 선물하겠다고 그가 말했다 “생
일 꽃다발을 사양합니다!” 나는 정색하며 손사래 쳤다 나
로 인해 꽃 꺾지 말라고, 햇빛 한 모금 삼키려고 안간힘
발돋움하며 치열하게 산 것이 꽃의 생활이니 역시 힘들었
을 거라고, 내가 꽃 보러 여기 왔듯이 나를 보러 한 철 찾
아온 꽃들에게 이 무슨 경거망동이냐고, 꽃과 내가 다 같
이 이 지구에 와 어둠 속, 삶의 눈물겨운 불 한 등 켜고
살았다고, 나도 꽃의 탄신일에 나를 꺾어 바치지 못했노
라고, 누가 누구를 위해 꺾이고 잘린다는 것 꽃이 한 번
도 돼본 적 없는 이는 모른다고, 꽃의 어미나 내 어미나
같아서 우린 결국 한배에서 나왔다고
신지혜 시인의 시집 『토네이도』중에서_ 상상인. 2020
사족)
꽃으로 표현된 동병상련 /햇빛 한 모금 삼키려고 안간힘 발돋움하며 치열하게 산 것이 꽃의 생활이니 역시 힘들었을 거라고/, 역지사지 /누가 누구를 위해 꺾이고 잘린다는 것 꽃이 한 번도 돼본 적 없는 이는 모른다고/ 가 설득력 있어 보이며, 시인의 심성을 엿볼 수 있어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그래서 절박한 현대인의 삶에 대해, 그러지 말자고, 그러니까 더불어 살자고, 함께 살자고, 시인은 대중에게 서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자고 호소하고 있다.
시는 누굴 가르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시적 대상을 통해 화자인 시인이 개입하고 그것을 경험적 내지는 체험적 사고를 시상에 반영함으로써 독자가 놓칠 수 있는 핵심을 돌이켜볼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삶이 좀 더 지혜로워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시는 계도적이고 계몽적 차원에서 일궈낸 참다운 시라고 생각된다.
상대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배려일 텐데, 사회가 화목하고 서로 협력하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시인들이이 주창해야 할 가장 큰 비중일 터, 시가 지향하는 바른 태도를 앞서 보여주는 것이다.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시편,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