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대륙을 강타한 토네이도/ 너는 처음에 무화과나무 밑에서 부스스, 가느다란 실눈을 떴지/ 고요해서 숨이 막혀요/ 너는 이따금 울부짖었지/ 너는 마침내 홀로 이 길을 떠났지…."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신지혜 씨가 25일 국내에서 이같이 시작하는 시 '토네이도'를 제목으로 시집을 출간했다. 그는 2018년 이 시로 '윤동주 서시 해외작가상'을 받았다.
신 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람 사는 인생의 노정이 '토네이도'와도 똑 같다"며 "자신의 발원지를 모르는 채로 이곳, 이 무한 우주의, 이 지구별에 태어나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고,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넓고도 거친 세상 한복판에서 한판 대결을 벌이는 일, 즉 이 세상에 눈뜨고 나온 모든 존재의 노정이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토네이도'에는 총 63편의 시가 수록됐다. 일상의 치열한 삶, 죽음과 종교, 자성과 직관, 상상과 초월, 명상과 조응, 우주의 순환고리, 이 차원과 저 차원 등 다양한 주제와 소제의 시편들이다.
특히 이 세상의 모든 구조는 근본적으로 모순의 오류 프로그램에 의해 오작동 되고 계속 순환하는 것이라고 읊은 시 '우주 모둠탕이 펄펄 끓는다'에서는 "이 세상은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펄펄 끓게 돼 있는 구조이자 그것의 에너지로 돌아가기 때문에 '함께 끓어야만 살 수 있는 현재의 구조'"라고 역설한다.
신 작가는 '우주 시인'이라고 불린다. "남달리 큰 우주적 스케일의 사유와 변화무쌍한 상상으로 무한천공을 잘 노닌다. 이 시집은 '우주'의 파노라마"라고 문학평론가인 오민석 단국대 영문학과 교수가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