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타운
-----------------------------------------詩. 신지혜
내팔을 만져보아라 내몸은 안개들에 의해 제작되었다 물론 내 뼈와 피의 원료 역시 차가운 안개, 내 숨소리 귀울여보면 안개들이 바스락거리며 깨어나는 소리, 말소리, 흐느끼는 소리, 내 딱딱한 입술은 안개 콜크로 밀봉되었다 어쩌다 힘겹게 내 입술을 딸 때마다 스스스 흩어져버리는 희고 미끄러운 말들,
내 폐부 깊숙이 혹은 뇌속에도 안개를 쏟아 붓는다 이제 안개에 흠뻑 중독 되버린 사람들이 안개 목책에 기댄 채 차륵, 차르륵 서로의 뼈 뭉개지는 소리 듣는다
나를 낳은 무수한 안개 아버지와 어머니들, 그들 중, 어느 누구는 혹여 내 몸에서 태어나기도 하였으리 혹은, 한때 내가 낳은 아이는 내 전생의 오래된 안개 조상이기도 했을 것이리
나는 지금, 곧 사라져버릴 안개레스토랑에서 신선한 안개 한잔 주문한다 안개는 방부제없이도 결코 상하지 않는다 천 오백년전 안개젖소의 온기가 아직 스며있다 벌써 창밖엔, 머리칼 치렁하게 나부끼던 위핑 윌로우 칩 나무들 무릎아래가 반쯤 잘려져 나갔다
안개집으로 속속 귀가할 우리들 서로 다정하게 안개웃음 한 컵씩 나누고 등을 돌린다 고대에도 먼 미래에도 다시 잠깐씩 사라졌다 다시 떠오르는 바로 그 황홀한, 안개 타운인 것이다
-계간[시현실] 2006년 가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