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 을 노래하다
-------------- 詩. 신지혜
때때로
이 세상에 없는 생각 몇 벌로 나를 입히고,
이 세상에 채 오지 않은 남루한 시를 흠모했으며,
몇 겁 생사를 가벼이 통과했던
나의 코와 입술에는
아직도 질리지 않은 산소의 향기가 조금 묻어있다
하지만 空인 너와,
空인 내가 서로 사랑을 한들,
두뇌와 심장 파열하는 고통이라 한들,
한 장 백지위 싯구처럼 빛바래 구겨진다 한들,
空이다
끝없이 수직으로 추락해도
서로 만나 용해되지 않을 空이다
공중 냅다 솟구쳐 올라도
높이에 이르지 못하는 空이다
발길질에도 채이지 않는 空이다
짓이겨져도 섞이지 않는 空이다
너와 나 들어있는 空이다
얼마나 큰 空인지
삼대천을
다 담아도 품이 남아도는 空이다 |